제로슈거인데 당류가 있다? 무설탕 음료에서 당류가 나오는 이유
제로슈거 당류 표시를 처음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설탕이 없다는 제품인데 영양성분표를 보면 당류가 0이 아닌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Starbucks의 일부 단백질 음료가 ‘Sugar-Free’라고 광고됐지만 우유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유당 때문에 한 잔에 13~21g의 당류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했습니다. Reuters
아직 법원이 Starbucks의 표시가 잘못됐다고 판단한 것은 아닙니다. 소비자 측 주장이 제기된 단계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우리가 흔히 같은 뜻으로 생각하는 ‘설탕’, ‘당류’, ‘첨가당’이 실제로는 서로 다른 개념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설탕과 당류는 같은 말이 아니다
설탕은 당류에 속하는 한 종류입니다.
반면 영양성분표에서 말하는 당류에는 설탕만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우유에는 유당이 자연적으로 존재하고 과일에는 과당과 포도당 등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설탕을 별도로 넣지 않은 제품이라도 우유나 과일 같은 원재료를 사용하면 영양성분표에서 당류가 확인될 수 있습니다.
즉 ‘설탕을 넣지 않았다’와 ‘당류가 전혀 없다’는 말은 항상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우유만 넣어도 당류가 생기는 이유
우유를 마실 때 대부분의 사람은 설탕물을 마신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유에는 원래 유당이라는 탄수화물이 들어 있습니다.
제품을 만들면서 별도의 설탕이나 시럽을 넣지 않아도 우유 자체에서 온 당류가 영양성분표에 표시될 수 있습니다.
Starbucks 관련 소송에서도 바로 이 부분이 쟁점이 됐습니다.
소비자 측은 ‘Sugar-Free’라는 표현을 보고 당류가 없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해당 단백질 음료에는 우유에서 비롯된 유당이 들어 있어 벤티 사이즈 기준 13~21g의 당류가 포함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Reuters
과일음료도 비슷하다
100% 과일로 만든 주스에 설탕을 추가하지 않았다고 가정해도 과일 자체에 당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무가당’이라는 표현이 있다고 해서 영양성분표의 당류가 반드시 0g인 것은 아닙니다.
소비자가 확인해야 하는 것은 제품 앞면의 큰 광고문구와 뒷면의 영양성분표를 함께 보는 것입니다.
앞면은 제품의 특징을 강조하는 공간이고 영양성분표는 실제 섭취하는 영양소의 양을 확인하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제로라는 글자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는 이유
‘제로’라는 표현은 소비자에게 매우 강한 인상을 줍니다.
제로칼로리, 제로슈거, 무설탕 같은 표현을 보면 아무리 많이 먹어도 열량이나 당 걱정이 없는 제품처럼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성분이 ‘제로’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설탕이 없다는 의미와 열량이 없다는 의미는 다르고, 당류가 낮다는 것과 탄수화물이 전혀 없다는 것도 다릅니다.
특히 커피나 음료에 우유, 크림, 단백질 원료, 과일 등이 함께 들어간다면 제품 전체의 영양성분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다이어트 중이라면 무엇을 봐야 할까
체중관리를 목적으로 음료를 고른다면 ‘제로’라는 단어 하나보다 총열량과 탄수화물, 당류, 지방, 단백질을 함께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어떤 제품은 당류가 낮지만 지방 함량이 높을 수 있고, 다른 제품은 지방이 적지만 전체 탄수화물이 많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단백질 음료처럼 어느 정도 열량이 있어도 식사나 운동 후 단백질 섭취라는 목적에 맞게 사용하는 제품도 있습니다.
제품이 좋은지 나쁜지를 한 성분만으로 판단하기보다 내가 왜 이 음료를 마시는지에 맞춰 영양성분을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1회 제공량도 놓치기 쉽다
영양성분표에서 또 하나 확인할 것이 섭취량 기준입니다.
한 병 전체가 아니라 일정 용량을 기준으로 영양정보가 표시되는 제품이라면 실제 한 병을 모두 마셨을 때 섭취하는 양과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당류 5g이라는 숫자를 보고 적다고 생각했는데 한 병이 두 번의 섭취량으로 구성돼 있다면 실제로 한 병을 마실 때는 10g을 섭취하게 됩니다.
음료를 고를 때는 숫자뿐 아니라 그 숫자가 몇 mL 또는 어느 정도의 양을 기준으로 하는지도 같이 봐야 합니다.
천연 당이면 마음껏 먹어도 될까
과일이나 우유에서 자연적으로 생긴 당이라고 해서 양을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뜻도 아닙니다.
반대로 당류가 들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과일과 우유를 피해야 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식품은 당 하나만으로 구성되지 않고 단백질과 지방,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 등 여러 영양소를 함께 제공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식품에서 어느 정도를 섭취하는지입니다.
특정 성분 하나만 보고 음식 전체를 평가하면 오히려 식단이 지나치게 단순해질 수 있습니다.
‘무설탕’ 제품은 의미가 없는 걸까
그것도 아닙니다.
기존 제품에 많은 설탕을 추가하던 것을 줄이거나 제거했다면 소비자가 설탕 섭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소비자가 ‘무설탕’을 ‘어떤 형태의 당도 전혀 없음’으로 받아들이면 실제 제품과 기대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번 Starbucks 소송 역시 바로 이런 소비자의 기대와 표시문구 사이의 차이가 법적 쟁점이 된 사례입니다. Reuters
결국 앞면보다 뒷면을 한 번 더 보는 습관
제로슈거 당류가 모순처럼 보이는 이유는 우리가 설탕과 당류를 같은 것으로 생각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유의 유당이나 과일의 과당처럼 원재료 자체에서 오는 당이 있습니다.
그래서 설탕을 별도로 넣지 않은 제품이라도 당류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제품 앞면에 ‘제로’가 있다고 무조건 건강한 음료라고 판단할 수도 없습니다.
총열량과 당류, 탄수화물, 지방 등 전체 영양정보를 함께 봐야 합니다.
결론은 어렵지 않습니다. ‘제로’라는 큰 글자보다 영양성분표의 작은 숫자를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 습관 하나만으로도 광고문구와 실제 내가 먹는 성분 사이의 차이를 훨씬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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